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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독후감] 차갑지만 따뜻한 도시, 서울트레바리 독후감(2016-2022)/극극(2017-2019) 2022. 5. 19. 13:10
- 클럽명: 극극-블루
2017년 12월 모임책
서울,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울살이'를 소재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내가 이제껏 본 적이 있었나. 문득 돌아보니 없었다.
내 경험 상 발견하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그만큼 드문 소재인 것 같다. 서울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이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낯설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는 서울이 아닌 장소에서 사는 게 더 새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내 흥미를 끌었던 건 왜 이 소재가 이렇게나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빨래'라는 뮤지컬로 무대에 올라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극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좋은 대본과 좋은 넘버(음악)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보편적인 일상 소재의 강력한 힘을.
이 극을 본 다음에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또 서울 사람들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내 일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온 게 아닐까.
어린 시절 내가 자란 동네는 평범했기에 사람들끼리 정도 있었고 다들 비슷비슷했다. 서울 안을 들여다보면 삶의 결은 또 각기 다르다. 다 같은 서울이 아니다.
차가운 도시를 느낀 건 어른이 되면서부터였다. 대학을 들어가면서, 또 대학을 나와 사회인이 되면서 두 차례 내 세계에도 균열이 생겼다. 다양한 모임을 하고, 또 회사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상처를 받고 힘들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건 바로 서울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성격은 서울 라이프에 마음을 다쳤다. 전보다 일정 거리를 두고 사람을 대하고, 상대에 대한 기대가 줄임으로써 해결책을 찾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를, 그리고 여기 사람들을 좋아한다.
현실의 '트레바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점점 더 일상을 나누고 뜻이 통함을 느끼면서 참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가상의 '빨래'에 나오는 셋방과 이웃들보다는 느슨한 공동체일 것이나 정말 도시의 아지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가 지금 이 시대의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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