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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 머레이 페라이어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리뷰/클래식, 대중음악 2022. 5. 21. 15:52

    2016.10.24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가 몇 명이나 될까

    <Program>

     

    1부

    하이든 - 변주곡 f단조 Hob. XVII: 6

    모차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8번 a단조 K.310

    브람스 - 발라드 g단조 Op. 118, No.3 외

     

    2부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29번 B플랫 장조, Op.106 '함머클라비어'

     


    <공연 후기>

     

    클래식 공연을 많이 가본 것도, 그렇다고 적게 가본 것도 아니지만 이번 피아노 리사이틀은 조금 낯설었다.

     

    이제껏 내가 가본 피아노 공연은 하나의 주제(어린이날, 연말, 바흐 등 작곡가별)를 다루거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식이었는데 이 무대는 4명의 작곡가의 다양한 곡(변주곡, 소나타, 발라드)으로 이루어진 독주회였다. 그리고 머레이 페라이어는 내가 본 피아니스트 중 가장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이미 완숙된 거장이었다.

     

    프로그램 북 구입하면서 찰칵-

    그래서인지 월요일 저녁 공연인데도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느낀 열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집중도나 곡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위기여서 악장 사이사이에 박수 한번 나오지 않았다. 박수야 자유롭게 칠 수 있는 게 요즘 공연 문화겠지만 한마디로 그 곡의 시작과 끝을 안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다.

     

    첫 곡 하이든 변주곡이 끝났을 때 관객들의 박수소리부터 왠지 진심에서 우러난 느낌이 들었다. 모차르트에 최적화된 부드럽고 맑은 소리인데 스피드와 박력도 갖추었고, 하나의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끌어나가는 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베스트는 뜻밖에도 브람스였다. 브람스는 발라드 한곡, 인터메조 세곡, 카프라치오 한곡으로 총 5곡을 쳤는데 구성이 단조-장조-단조-장조-단조로 균형을 이루었다. 평소 브람스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곡들이 스케일이 크고, 멜로디가 새로워서 이번에 좋아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터메조 a장조 Op.118 No.2가 아름다웠는데 프로그램북 읽어보니 '노년에 이루지 못한 사랑 아련 아련'으로 작곡한 곡이라고.

     

    (1) Six Piano Pieces, Op. 118: Intermezzo in A Major, Op. 118, No. 2 - YouTube

     

    2부는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 하나로 꽉 찬 시간이었다. 미처 영상으로 제대로 챙겨보지도 못하고 간 거라 연주곡들도 잘 모르고 이 곡도 잘 몰랐지만 50분의 러닝타임 동안 들으니 왜 '대곡'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볍고 물 흐르는 듯한 소리의 베토벤은 신선했고, 좀 더 묵직하고 뭉툭한 느낌의 베토벤을 좋아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가 본 피아노 연주 중 최고였다. '함머클라이버'를 들으며 문득 '저 사람은 녹음 한두 번에 마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스쳤다.

     

    (1) Murray Perahia - Beethoven Sonatas (Interview #3) - Hammerklavier Sonata - YouTube

     

    연주를 마친 뒤, 기립박수와 환호가 쏟아졌고 거장은 5번쯤 퇴장했다 등장하기를 거듭하며 관중석에 정중하게 인사를 했지만 앵콜은 없었다. 그 또한 처음이라 여운이 가시지 않아 버스를 타지 않고 가을밤 거리를 걸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앵콜곡이 없는 것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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