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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독후감] '삶의 격'을 읽고트레바리 독후감(2016-2022)/예술아(2016), 진진(2016-2017) 2022. 5. 24. 11:31
- 클럽명: 진진 M
- 발제자: 피노누아
2017년 3월 모임책
다른 작가들과 달리, 피터 비에리가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이유는 그의 영화화된 작품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문외한인 나도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반전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가 피터 비에리의 필명이었다는 점과, 피터 비에리 자신은 본업이 문학도도 아닌 철학자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삶의 격'은 철학서이면서 문학적 사례가 풍부하다. 어쩌면 이렇게 문학과 철학을 둘 다 잘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특히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든가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같은 현대 희곡들의 등장인물 및 장면 하나하나 마치 빙의한 것처럼 풀어내는데 그 예리함과 상상력에 감탄했다. 물론 이 작품들이 하나하나 문학사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그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했다는 정도만 알고 한 번도 이렇게 철학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또는 인류의 역사가) 존엄성을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옛날 옛적 중세 봉건 시대보다는, 근대 제국주의 시대보다는, 또 100년도 되지 않은 6.25 전쟁 때보다는 발전한 것 같다. 내가 어느 집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여자라고 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해서 하지 못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대신 우리는 눈에 보이는 뚜렷하면서 단순한 '차별'보다는 다 같이 끝없는 무한경쟁 속에 내던져진 것만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 소수에게 거의 모든 부와 명예가 주어지고(승자독식사회), 자본가들은 노동자 계급도 화이트 칼라와 블루칼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그 둘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지 않았나. 게다가 이제는 인간이 아닌 기계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으니 어쩌면 더 잔인하고 인간 존엄성이 상실된 그런 사회가 도래한 건 아닐까 하는 디스토피아적 생각도 문득 든다.
이번 모임에서 다같이 서로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더욱 머리와 마음이 채워지는 따뜻한 시간이 될 거라 기대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존엄성이 살아나고 삶의 격이 한층 더 올라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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