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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독후감] 내 인생에서 말러를 찾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트레바리 독후감(2016-2022)/음악의힘-경청(2018-2021) 2022. 3. 8. 23:48
- 클럽명: 음악의힘-경청
- 클럽장: 조은아
2020년 10월 모임책
예전부터 말러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릿한 감정이 있었다.
하나는, 사시사철(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올해도 어김없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로, 그럼에도 이상하게 내 발로 공연장에 찾아가거나 음악을 찾아서 듣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
이번에도 '음악의힘-경청' 선정 도서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경청'의 여러 시즌(?)을 함께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을 말러였다.
이제까지는 단순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안 맞아서라거나, 아니면 너무나 대곡이면서 연주 시간의 압박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말러를 찾아서'를 유튜브로 말러 교향곡을 들으면서 읽으니, 끌리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고 일관성 있었다.
나는 교향곡 1번과 8번을 들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른 곡들도 모임 이후에 들어보려고 한다) 1번의 1악장은 예상보다 부드럽고 선율도 듣기 편안했다.
문제는 2악장부터 4악장까지 변화무쌍하게 소리의 높이와 템포의 흐름이 정신없이 진행되어서 '아 이래서 내가 말러 음악을 안 들었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또한 나뿐만이 아니라 말러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 현재도 그의 음악은 난해하다는 평을 듣고 지휘자와 연주자들도 어려움을 느끼고 혼신을 다해 연주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되었다.
다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부정적인 평이 더 많아 음악성을 평가절하 당했던 말러 시대(대략 19세기-20세기 초)와는 달리 말러 사후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재평가를 받고 어느 순간 주요 레퍼토리로 떠오르는 반전이 있었다.
29명의 지휘자가 한 명의 작곡가와 그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많고 다양하면서 개인적인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말러가 현대 클래식 음악 및 음악가들에게 끼친 영향력, 또 사이먼 래틀이 말하듯 '완성도가 떨어지는 곡을 찾기 힘들다'라고 인정한 음악성도 무슨 말인지 사뭇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사이먼 래틀이 2002년 BBC proms에서 연주한 교향곡 8번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말러 생전에도 인정받았다는 이 곡조차 내게는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구성이 과했다. 이 영상에서 사이먼 래틀은 본인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말러에 대한 애착을 보이며 진심으로 행복하게 지휘로 얼굴이 새빨개지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데 그게 더 인상적이었다.
래틀: "그가 작곡한 곡은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녔고,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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